"대표한다"는 말

5월 9일 금요일 저녁 코리아 빌리지 대동연회장에서 뉴욕일보 창간 5주년 기념회가 열렸다. 5년 전 주간지로 뉴욕 동포사회에 출현한 “뉴욕 뉴스”가 그간 “뉴욕 일보”라는 일간지로 전환하여 동포사회에 기득권을 누리는 주요 일간지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미주 동포사회의 순수 일간지로 자리 매김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창간 5주년을 축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뉴욕일보가 언론다운 언론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여러 동포들과 동포사회의 지도자라고 할 만한 분들이 성황을 이루어 초대받은 한 사람으로서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분들이 단상에 올라가서 축사를 하였는데, 그 분들은 대개 어느 지역을 대표한다고 하는 분들이었다. 뉴욕 한인회 회장, 평통 뉴욕협의회 회장, 뉴욕 지역한인회 연합회 의장, 뉴져지 한인회 연합회 의장, 미주 한인회 연합회 의장, 등 여러분들이 단상에 올라가서 축하인사를 하였다.
 
축사를 한 여러분 가운데 특히 뉴욕 한인회 회장은 “50만 동포를 대신하여” 축하인사를 하였고, 뉴져지 한인회 연합회 의장은 “뉴져지에 거주하는 20만 동포를 대신하여” 축하인사를 하였다. 나는 이 “대신한다”는 말이 귀에 거슬렸다. 그 분들이 누구에 의해서 언제 어떻게 무엇을 위해서 50만과 20만의 대표로 뽑힌 것일까?... 과연 우리 동포사회를 그런 식으로 대표하는 사람들이 필요하기나 하는 것인가?... 동포사회의 인식과 그 분들의 인식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지금 한국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이명박정부가 근자에 미국과 체결한 불공정한 수입협정에 대해서 논란이 분분하다. 서울 청계천에서 진행되고 있는 촛불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광우병에 노출된 쇠고기가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그에 대한 검역대책이 허술한 쇠고기 수입협정을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느닷없이 뉴욕 한인회가 대 뉴욕지구의 50만 동포 사회를 대신하여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며, 한국 국민들이 계속 떠들면 우리 미주 동포들에게 피해가 돌아 올 수 있다는 식의 성명서를 발표하여 동포사회에 물의를 빚고 있다. 나는 미국 시민이지만, 한국 국민들의 검역주권에 대한 요구는 매우 정당한 것이며 뉴욕 한인회의 이런 성명서는 그 목적이 불순할 뿐 아니라 매우 주제넘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뉴욕 한인회가 대표한다는 50만 동포들은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예나 지금이나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영사관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또한 한국 정치에 개입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대개 미주 동포사회를 대표한다는 말을 함부로 쓰는 것 같다. 미주동포들은 아직까지 이용만 당했지, 한국 정부로부터 이중국적도 참정권도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인데, 한국계 미국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 미주 동포들에게 영사관과 한국정부에 대해 우리를 대표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우리는 이민자이면서 미국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미국 정부에 대해서 대표해줄 사람들이 더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분들의 “대표한다”는 말이 귀에 거슬리는 것이다. 우리 동포사회의 정치력 신장은 미국 정부에 대한 것이지 한국 정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분들이 새겨듣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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