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과 국제정치외교 2010
김성준(평화통일 자문위원)
대한민국 해군의 주력 초계함인 천안함(1,200톤급)이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께 백령도 서남방 2.5㎞ 해상에서 영문을 알 수 없는 외부의 충격에 의해 두 동강난 채로 침몰하였다. 이 사건은 아직도 그 원인규명이 미궁에 빠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이 지난 60년 동안 대치하고 있는 해상 경계선상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남한의 보수신문들(조중동)은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일 수 있는 상대는 북한일 수밖에 없다는 추측성 결론을 내리고 북한 때리기로 일관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정부는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중국과 미국)을 섭외하여 북한 때리기에 동참을 강요하다시피 하다가 중국정부로부터 창피를 당하기도 하였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한국 보수신문들과 한국정부의 대응하는 모습을 보며 미주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바를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2005년 국회를 통과한 남북관계발전법은 어떤 정부이건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며, 남북간 긴장 완화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되어 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도 한반도에 실질적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상생공영, 군사적 긴장 완화, 상호신뢰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되어 있다
한국의 보수 세력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가 추구한 대북 햇볕정책은 외세가 강제한 분단체제를 한반도에서 종식시키기 위한 최선의 정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앞으로는 상생·공영을 내세우고 실제로는 급변사태를 기대하며 대결과 압박의 대북정책으로 일관하였다.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보수신문들의 추측대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이 참사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의 결과로 봐야할 것이다. 만일 한국정부가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남북화해와 한반도의 평화증진을 위한 노력을 계속했더라면, 김대중 정부의 6.15선언과 서해평화협력지대 조성을 합의한 노무현 정부의 10.4선언을 이행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북한체제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한반도에 평화정착을 위해 즉 전쟁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북한정부와 맺은 두 개의 정상들의 선언은 유일한 한민족의 평화와 번영의 길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할 것이다.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증거를 확보하려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한국정부의 조사행태는 피의사실을 유포하며 인격살인을 자행하는 대한민국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와 다름 아니다. 천안함의 비극을 북한이 저질렀다는 분명한 증거와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이를 근거로 국제사회와 함께 책임을 묻는 단호한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군사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자명하다.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절대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반도의 딜레마다.
전임 한국정부가 북한정부와 맺은 협약을 헌신짝처럼 집어던져버린 결과는 천안함의 침몰, 즉 남북관계의 침몰로 귀결되었고, 남북관계의 경색은 중국에게 적지 않은 경제적 실익을 챙겨주고 있다. 같은 민족으로부터의 수모를 겪게 된 북한으로서는 사실상 기댈 곳이라고는 싫건 좋건 중국 외에는 없게 되고 말았고, 중국은 의지할 곳 없게 된 북한에 경제적 지원과 투자를 약속하면서 북한 경제를 자국에 예속시키고 북한의 자원·항구·시장을 독점하는 실익을 확보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경색은 고립된 북쪽보다 챙겨야 할 게 많은 남쪽에 더 많은 손실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한국정부는 국내정치적 계산만 해서 북한 때리기를 계속하고, 천안함 외교에 몰입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지연시키는 자살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6자회담이 이어지지 않고 대북 제재, 제재를 위한 관련국 협조, 이런 것에나 힘쓰면서 회담을 지연시키면 북한은 그 틈새시간에 핵 능력만 강화할 것이 확실하다. 한미관계가 아무리 견고하다고 우기더라도, 미국은 자기네 필요가 있으면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하면서 슬그머니 정책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미국은 때때로 자기네 국가 이익을 위해는 한국을 버릴 수도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항상 인식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 잘 하면 영원히 우리 편이 될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정부는 중국이 북한 때리기에 동참해주기를 주제넘게 바라지만, 북중관계는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한미관계를 능가하는 움직일 수 없는 구조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수천 년 역사를 통해서 주변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해 나가기 위해서 이이제이 정책을 써왔다. 남북관계가 경직되면 될수록 어부지리는 주변 강대국들이 할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그런 사정들을 어떻게 적절히 활용해서 민족과 국가의 이익을 챙길 수 있을지, 그런 문제에 대한 차원 높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전통적인 우방관계는 유지하되 상대측의 입장도 배려하면서 그 속에서 국익을 키워나갈 생각을 하는 것, 그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제정치외교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비둘기가 나는 평화적인 한반도, 지역감정이 없는 나라,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나라, 우리 미주동포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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