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회의 숙제

김성준(평통자문회의 뉴욕협의회 위원)
 
요란스럽게 시작된 제 30 대 뉴욕 한인회 회장선거가 싱겁게 막을 내렸다. 세 후보자가 나와서 오랜(6년)만에 경선이 되기는 했지만, 우리 동포사회가 이 부질없는 선거에 쏟은 비용과 시간과 정력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생각할 점이 많은 것 같다. 나의 추산에 의하면, 이번 선거에 세 후보자가 쓴 비용은 최소한 30만 불 이상이 되는데, 이 것은 지난 달 클린턴 대통령이 코리아 빌리지에 와서 모금한 액수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금액이 아닌가 한다. 당선된 사람은 그래도 기분이 좋겠지만, 낙선한 두 사람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 10만 불이 아깝지 않을까?... 뉴욕 한인회 회장이 무슨 의미가 있기에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쓸 가치가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정부를 상징하는 영사관이 인정해 주니까?.... 그렇다고 동포사회도 인정해 주는 것일까?....
 
나는 뉴욕 한인회의 회장을 뽑는데 있어서 동포사회의 돈과 시간과 정력을 부질없이 낭비해야하는 불특정 다수를 인위적으로 동원해서 회장을 뽑는 직접선거제도를 동포사회의 실세들의 대의원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가 회장을 뽑는 간접선거제도(대의원 선거제도)로 바꾸자고 여러 차례 지상을 통해 주장한 바 있다. 이 주장에서 나는 실세들의 대의원들의 모임이 될 이사회가 회장을 뽑게 되면, 우선 선거비용이 들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식견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의 등장이 가능하고, 동포사회의 실세들의 대의원들이 권력의 핵심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여러 단체들의 역량을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왔다. 그래서 뉴욕 한인회의 구조 조정 또는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뉴욕 한인회의 대표성은 국제사회의 정치무대라 할 수 있는 뉴욕 시를 중심으로 그에 인접한 뉴져지 및 코네티컷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한인들의 미국 정계와 주류사회에 대한 대표성으로 생각되어왔는데, 이 번 선거를 통해 그 대표성의 한계가 뚜렷이 부각된 것으로 생각된다. 무려 30만 불 이상의 선거비용을 들여 대 뉴욕지구에 거주하는 40만(?)을 헤아린다는 한인들 가운데 동원된 투표자가 겨우 6000여명(1.5%)에 머무른 것은 대부분(98.5%)의 동포들이 뉴욕 한인회의 대표성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투표현황을 보면, 총 투표자 6189명 가운데, 만하탄 335명, 플러싱 3342명, 리틀 넥 592명, 잭슨 하이츠 899명, 부르클린 150명, 브롱스 394명, 스테튼 아이랜드 243명, 롱 아이랜드 234명으로 집계되었다. 거의 대부분(96%)이 뉴욕 시의 5개 보로 안에 사는 한인들이다. 그렇다면, 뉴욕 한인회의 대표성은 뉴욕 시에 국한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그중 2/3 이상이 플러싱(54%)과 중부 퀸즈지역(15%)에 거주하는 한인들이다. 이 사실은 대표성 측면에서 볼 때 여러 지역 한인회 가운데 가장 많은 투표자가 몰려있는 플러싱과 중부 퀸즈지역의 한인회가 앞으로 무게가 실리는 지역 한인회로 자리 잡게 되리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뉴욕 한인회가 본부를 두고 있는 만하탄에서 투표자가 겨우 335명으로 전체 투표자의 5%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뉴욕 한인회의 대표성의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다. 상당한 인구(15만?)의 한인들이 거주하는 동북부 뉴져지를 커버하는 뉴져지 한인회가 뉴져지 지역 투표소 설치를 거부함으로서 독립을 선언하고, 코네티컷에서는 단 한명의 투표자도 없고, 수천 명을 헤아리는 조선족의 선거참여는 막혀있는 상황 아래서 뉴욕 한인회가 무슨 근거로 대 뉴욕지구의 대표성을 계속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옛날부터 그래왔으니까?... 그리고 옛날부터 그렇게 인정받아 왔으니까?....
 
대한민국은 권력구조를 규정하는 여러 차례의 헌법 개정과 변칙적 정권교체를 통해서 제 1 공화국부터 제 6공화국까지 변천해왔다. 그렇다고 정체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동포사회도 옛날 몇 천 명이 만든 뉴욕 한인회가 그 권력구조를 바꾸지 않고서 수십만이 된 다원적 동포사회의 대표성을 계속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뉴욕 한인회는 동포사회의 실세들의 대의원들을 이사회에 끌어들여 실세들의 역량을 통합하고, 실세들의 대의원들의 모임이 될 이사회가 회장을 뽑는 구조로 구조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전체 인구의 1%밖에 안 되는 별 볼일 없는 불특정 다수가 뽑은 회장을 대 뉴욕지구에 거주하는 한인사회의 대표라고 말할 수 없게 될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될 지도 모른다. 각 지역 한인회, 각 직능단체, 각 사회봉사 단체들이 연합하여 연합체를 구성하고 그 연합체를 이끌어갈 대의원들이 회장을 옹립한다면, 이 새로운 구조의 연합체 회장이 자연적으로 미국 정계와 주류사회에 대해서 한인사회의 대표성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뉴욕 한인회가 예부터 물려받은 한인사회의 대표성을 유지하려면, 각 지역 한인회, 각 직능 단체, 각 사회봉사 단체들의 대의원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가 회장도 뽑고 정책도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 구조로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 번 선거를 통해서 이 구조개혁은 차기 회장의 숙제로 부각된 셈이다. 이 숙제를 함께 풀기 위하여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활략하는 여러 단체들과 동포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들의 적극적 개입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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