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회의 대표성 2011

김성준 (대뉴욕지구 보험재정협회 상임이사)

3월 27일 예정된 제 32대 뉴욕 한인회 회장 선거가 선거 마감일 2월 25일 오후 5시 단독 후보로 밝혀짐에 따라 “다행히” 경선 없이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등록마감 전까지는 두 후보가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서서히 경선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 동포들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뉴욕 시장이나 뉴욕 주지사를 뽑는 것도 아닌데, 매 2년마다 우리 한인사회의 “우두머리(?)”를 뽑는데 수 십 만 불을 쓰면서 이리도 법석을 떨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선거는 이성적인 제정신으로 하는 선거라고 볼 수가 없다. 그런 돈으로 차라리 한인 2세 정치인들을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자원봉사 직에 불과한 한인회장이 우리 동포들의 실질적 삶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우리 자신들의 재정문제, 가정문제, 청소년선도문제, 노인복지문제, 장애자우대문제, 소상인 보호문제, 등등 우리 자신들의 문제를 얼마나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일까?....
 
돌이켜 보건대, 2년 전에 치러진 31대 회장 선거는 중상모략, 유언비어, 권모술수, 매수, 매표, 등으로 얼룩진 선거였다. 의도적으로 편파 보도하는 언론, 앞에서는 공명선거를 부르짖으면서 뒤에서는 부정선거를 저지르는 위선적 후보, 한국의 정치판을 빼닮은 것에 다름 아니었다. 어떤 해에는 경쟁자가 없어서 단독 입후보한 후보자가 무투표로 당선된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세 후보의 과열경쟁으로 동원된 15,170명의 투표 참여자 수는 인위적으로 동원된 불특정 다수로서 사상 최다 숫자를 기록하였다. 선거결과는 후보자의 인품과 자질보다는 한인사회에 존재하는 지연, 학연, 혈연, 종교, 단체, 한국의 정치적 당파, 등을 총망라해서 누가 효과적인 조직과 동원을 관리하고 운영했는가에 따라 결정된 것에 다름 아니었다.
 
미국 법은 선거비용을 모금하고 사용하는데 투명성을 요구하는데, 지난 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쓴 선거비용을 법적으로 조사라도 할 수 있다면, 부끄럽고 곤란한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수 십 만 불이 거래되는 뉴욕 한인회 선거에 언젠가 미국정부의 눈초리가 쏠리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오늘 날 뉴욕과 뉴져지에 거주하는 한인인구는 공식적으로 약 25만 명, 비공식적으로는 그 두 배가 되는 50만 명 정도로 추정하는 것 같다. 여하 간에 필자가 이민 온 30여 년 전에 비하면, 대 뉴욕지구 한인사회는 인구는 10배 이상, 경제력은 100배 이상 성장했다고 추정된다. 게다가 각 지역마다 독립적인 지역 한인회가 존재할 뿐 아니라, 한인들이 종사하는 다양한 직업을 반영하듯 각종 직능단체들과 사회봉사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경합하는 형국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각종 단체들이 개최하는 골프대회, 회장단 이 취임식, 연례만찬, 등을 일일이 다 참석하자면 단체장들은 몸이 열 개 있어도 부족한 형편이다. 더구나, 당연한 현상이지만, 뉴져지에는 엄연히 뉴져지 한인회가 있어 뉴욕 한인회장 선거 때면, 경찰서나 정부기관도 아닌데 관할 구역이라는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관할 구역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 한인회는 50년 전 불과 수백 명의 유학생 및 지상사 직원들의 친목단체로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는데, 그 때는 한인회밖에 이렇다 할 단체가 없었으므로 명실 공히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었고, 한인인구가 수천이 될 때까지도 불특정 다수투표로 뽑는 회장선거제도가 별 문제가 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한인사회는 지난 50년 또는 30년 전과 전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다양성의 소수민족 공동체로 성장 발전하여 그 때 만들어진 뉴욕 한인회의 회칙은 그간 여러 차례 짜깁기를 하였지만 이제 어릴 때 입던 옷이 어른이 된 때 맞지 않는 것처럼 옹색한 유물이 되어버렸다. 뉴욕 한인회는 대 뉴욕지구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렇듯 지난 50년 동안 변천해온 대 뉴욕지구의 한인사회의 규모와 그 안에서 활약하는 실세들의 역학적 구조를 그 회칙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뉴욕 한인회 회장은 선거만 끝나면 별 볼일 없는 불특정 다수를 동원하는 자기 소모적 금권타락선거로 뽑고, 이사회는 특기할 만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정족수 미달로 종종 회의도 성립이 안 되는 이사회를 유지해야만 하는 단체로 전전긍긍하는 소위 “상징적 대표성”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뉴욕 한인회는 여러 지역 한인회들과 각종 직능단체들이 산하단체로 들어와 주기를 바라지만, 지역 한인회들과 직능단체들은 자기들이 뽑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뉴욕 한인회 회장의 휘하에 머리를 숙이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얼마 전 직능단체 협의회가 그 이름을 한인회 회칙에서 빼줄 것을 요청한 일이 있고, 작금 지역 한인회 연합회가 최근 발표된 바 있는 뉴욕 한인회의 선거세칙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적 성토를 한 바 있는데, 이것은 동포사회의 단합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상징적 대표”의 들러리 역할만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동포사회의 실세들은 능동적 역할을 원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뉴욕 한인회가 50년 전처럼 자연스럽게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려면, 그리고 현재 한인사회에서 활약하는 실세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명실 공히 한인사회의 구심점으로 행세하려면, 현재 한인사회의 규모와 한인사회에서 활약하는 실세들의 능동적 역할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는 구조조정을 위한 회칙개정을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 회칙개정위원회는 무엇하는 기구인가?... 뜻있고 능력있는 사람들의 출마를 제한하는 소절에 무의미한 손질을 가하는데 더 이상 헛수고하지 말고, 뉴욕 한인회의 구조를 우리가 처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구조로 개혁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인사회의 실세들인 지역 한인회들과 직능단체들을 뉴욕 한인회의 들러리로 취급하는 한 뉴욕 한인회의 대표성에 대한 반발, 비협조, 및 도전은 계속될 것이며, 뉴욕 한인회의 입지가 점점 축소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한인회 연합회와 직능단체 협의회가 연대하여 동포사회 실세들의 대표를 내 세운다면, 뉴욕 한인회의 대표성은 크게 타격을 입을 수도 있지 않을까?....
 
뉴욕 한인회는 한인사회의 실세들에 의한 대의기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뉴욕 한인회는 대 뉴욕지구에서 활약하는 모든 한인들의 지역 한인회들과 직능단체들의 대의원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그 이사회에 회장도 뽑고, 그들이 뽑은 회장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때 우리가 우리끼리 대표를 뽑는데 부질없이 겪어야 하는 자기 소모적 비이성적 금권타락선거를 지양할 수 있고, 그렇게 뽑은 뉴욕 한인회 회장을 구심점으로 우리 한인사회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주류사회를 향한 우리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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