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회 창립 50주년에 즈음하여 2010
김성준 (평화통일 자문위원)
뉴욕 한인회가 “제 50주년 뉴욕 한인의 밤 및 미주 한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2010년 1월 13일 매해튼 메리엇 마퀴스 호텔에서 성공리에 개최하였다. 참석인원 1100명에 데이빗 패터슨 뉴욕 주지사, 척 슈머 뉴욕 주 상원의원, 등 거물 정치인들까지 참석하였다는 보도는 주최 측의 탁월한 동원능력을 돋보이게 한다. 그런 능력이 우리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과 직결되기를 기대하며, 뉴욕 한인회의 건투를 빈다.
한편 뉴욕과 뉴져지의 한인사회를 무대로 활약하는 수많은 지역 직능 단체들의 참여가 미흡했다는 보도는 대 뉴욕지구 한인사회의 대표기구라고 주장하는 뉴욕 한인회의 구조적 한계와 매 2년마다 고질적으로 대두되는 회장선거 제도의 불합리성을 떠올리게 하는 바, 뉴욕 한인회 창립 50주년에 즈음하여 뉴욕 한인회가 당면한 과제를 동포사회의 지도자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보고자한다.
뉴욕 한인회는 50년 전 불과 수백 명의 유학생 및 지상사 직원들의 친목단체로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는데, 그 때는 한인회밖에 이렇다 할 단체가 없었으므로 명실 공히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었고, 한인인구가 수천이 될 때까지도 불특정 다수투표로 뽑는 회장선거제도가 별 문제가 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한인사회는 지난 50년 또는 30년 전과 전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다양성의 소수민족 공동체로 성장 발전하여 그 때 만들어진 뉴욕 한인회의 회칙은 그간 여러 차례 짜깁기를 하였지만 이제 어릴 때 입던 옷이 어른이 된 때 맞지 않는 것처럼 옹색한 유물이 되어버렸다.
오늘 날 뉴욕과 뉴 져지에 거주하는 한인인구는 공식적으로 약 25만 명, 비공식적으로는 그 두 배가 되는 5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것 같다. 여하 간에 필자가 이민 온 30여 년 전에 비하면, 대 뉴욕지구 한인사회는 인구는 10배 이상, 경제력은 100배 이상 성장했다고 추정된다. 게다가 각 지역마다 독립적인 지역 한인회가 존재할 뿐 아니라, 한인들이 종사하는 다양한 직업을 반영하듯 각종 직능단체들과 사회봉사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경합하는 형국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각종 단체들이 개최하는 골프대회, 회장단 이 취임식, 연례만찬, 등을 일일이 다 참석하자면 단체장들은 몸이 열 개 있어도 부족한 형편이다. 더구나, 당연한 현상이지만, 뉴 져지에는 엄연히 뉴 져지 한인회가 있어 뉴욕 한인회장 선거 때면 관할 구역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 한인회는 대 뉴욕지구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렇듯 지난 50년 동안 변천해온 대 뉴욕지구의 한인사회의 규모와 그 안에서 활약하는 실세들의 역학적 구조를 그 회칙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뉴욕 한인회는 회장은 별 볼일 없는 불특정 다수를 동원하는 금권타락선거로 뽑고, 이사회는 특기할 만한 권한이 없기 때문에 정족수 미달로 회의도 성립이 안 되는 이사회를 유지해야만 하는 단체로 전전긍긍하는 소위 “상징적 대표성”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고 진단된다.
뉴욕 한인회는 각종 지역 직능단체들이 산하단체로 들어와 주기를 바라지만, 각종 지역 직능단체들은 자기들이 뽑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한인회장의 휘하에 머리를 숙이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얼마 전 직능단체협의회가 그 이름을 한인회 회칙에서 빼줄 것을 요청한 일이 있는데, 이것은 동포사회의 단합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상징적 대표”의 들러리 역할만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즉, 동포사회의 실세들은 능동적 역할을 원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뉴욕 한인회가 50년 전처럼 자연스럽게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려면, 그리고 현재 한인사회에서 활약하는 실세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명실 공히 한인사회의 구심점으로 행세하려면, 현재 한인사회의 규모와 한인사회에서 활약하는 실세들의 능동적 역할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는 구조조정을 위한 회칙개정이 불가피하다. 뉴욕 한인회는 각종 지역 직능단체들을 이사회로 끌어들이고, 이 이사회에 회장을 뽑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구조로 회칙을 바꿔야할 때가 왔다. 이것이 뉴욕 한인회가 50주년을 맞이하여 거듭나는 길이다. 한인사회의 실세들인 각종 지역 직능단체들을 뉴욕 한인회의 들러리로 취급하는 한 뉴욕 한인회의 대표성에 대한 반발, 비협조, 및 도전은 계속될 것이며, 뉴욕 한인회의 입지는 점점 축소될 것이다.
뉴욕 한인회는 한인사회의 실세들에 의한 대의기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뉴욕 한인회는 대 뉴욕지구에서 활약하는 모든 한인들의 지역 직능단체들의 대의원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그 이사회에 회장도 뽑고, 그들이 뽑은 회장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때 우리가 우리끼리 대표를 뽑는데 부질없이 겪어야 하는 금권타락선거를 지양할 수 있고, 그렇게 뽑은 뉴욕 한인회장을 구심점으로 우리 한인사회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주류사회를 향한 우리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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