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회의 대표성(2) 2011

김성준 (대뉴욕지구 보험재정협회 상임이사)
 
2년 전 치러진 31대 뉴욕 한인회 회장선거는 돌이켜 보건대, 중상모략, 유언비어, 권모술수, 매수, 매표, 등으로 얼룩진 선거였다. 의도적으로 편파 보도하는 언론, 앞에서 공명선거를 부르짖으면서 뒤에서 부정선거를 저지르는 위선적 후보, 한국의 정치판을 빼닮은 것에 다름 아니었다. 어떤 해에는 경쟁자가 없어서 단독 입후보한 후보자가 무투표로 당선된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세 후보의 과열경쟁으로 동원된 15,170명의 투표 참여자 수는 인위적으로 동원된 불특정 다수로서 사상 최다 숫자를 기록하였다. 선거결과는 후보자의 인품과 자질보다는 한인사회에 존재하는 지연, 학연, 혈연, 종교, 단체, 한국의 정치적 당파, 등을 총망라해서 누가 효과적인 조직과 동원을 관리하고 운영했는가에 따라 결정된 것에 다름 아니었다.
 
올해 실시된 32대 회장선거는 등록마감 전까지 두 후보가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서서히 경선열기가 피어오르는듯하다가 지난 선거에서 차점으로 석패한 한창연 씨가 단독 입후보하여 경선 없이 마무리되었다. 우리 동포들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뉴욕 시장이나 뉴욕 주지사를 뽑는 것도 아닌데, 우리 한인사회의 우두머리(?)를 뽑기 위해서 매 후보마다 수 십 만 불씩 쓰면서 법석을 떨지 않게 되어 매우 다행이다. 자원봉사 직에 불과한 한인회장을 뽑는데 이런 형태의 선거는 이성적인 제정신으로 하는 선거라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돈으로 차라리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도모하는 유권자 쎈타, 미국 정계에 진출하는 한인 2세 정치인들을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2011년 3월 27일 만하탄 한인회관에서 25만 동포사회를 대표(?)하는 188명의 회원이 참석한 정기총회에서 187명의 동의를 얻어, 한창연 씨가 제 32대 뉴욕 한인회 회장으로 인준을 받고 5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고 한다. 지난 2년간 와신상담한 한창연 씨에게 축하를 보내며 그의 선거 케치 프레이즈 “변화와 개혁”을 기대해본다. 한인회장에 대한 인준은 총회에서 회원 101명 이상의 동의를 요한다(회칙 제 12조 1, 2항)고 하는데 이 101명이라는 숫자는 누구를 대표하는 사람들인가? 그리고 이번 총회에 참석한 188명이라는 회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선거 때만 동원되는 불특정 다수 가운데 일부로 볼 수 있는 극소수의 한인들이 아닌가?... 공식적으로 뉴욕 뉴져지에 거주하는 25만 명의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뉴욕 한인회의 총회가 고작 이 모양이란 말인가? 25만 회원들의 총회라면 적어도 수 천 명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선거는 25만 명을 대상으로 하고, 인준은 101명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회칙은 아무래도 뜯어고쳐야 할 모순 덩어리다.
 
이 총회에서 소위 ‘회칙 개정안’도 통과되었는데, 그 내용은 (1)조선족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혈통주의 채택, (2)이사회의 선관위에 대한 감사 규정 신설, (3)유명무실해진 조정위원회(제7장), 지역한인회(9장) 및 직능단체협의회(10장) 규정 삭제, (4)역대회장들의 당연직 이사 신설,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고 한다. 소위 회칙 개정위원회가 2년 동안 연구한 결과가 고작 이 모양인가?... 동포사회의 현실을 이처럼 외면할 수는 없다! 조선족을 우리 동포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한 것, 역대회장들의 당연직 이사 신설, 등은 진일보된 생각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사회가 회장의 모든 업무를 감사하기는 고사하고 고작 선관위를 감사한다는 규정은 한 쪽 다리가 없어 의족을 단 사람이 가렵지도 않은 고무다리를 긁는 격이다. 회칙 개정위원회는 지극히 형식적인 총회를 과감하게 폐지하고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회칙을 구상했어야 마땅하다. 이사회가 회장을 뽑고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는 회칙이 마련될 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한 것 같다. 미국 정계에 진출하는 정치인도 아니고 자원봉사 직에 불과한 우리끼리 우두머리(?) 한인회장을 뽑는데 앞으로도 얼마나 오랫동안 매 2년마다 흥청망청 법석을 떠는 금권선거를 치러야 할까?... 정신 나간 짓이다.
 
특히 동포사회의 실세들인 지역한인회와 직능단체협의회를 회칙에서 삭제해버린 것은 동포사회의 현실을 외면하는 유아독존적 발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이 실세들이 자기들이 뽑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뉴욕 한인회 회장의 휘하에 머리를 숙이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과 유기적 관계를 설정하지 않고는 앞으로 뉴욕 한인회의 상징적 대표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얼마 전 직능단체 협의회가 그 이름을 한인회 회칙에서 빼줄 것을 요청한 일이 있고, 지역 한인회 연합회가 뉴욕 한인회의 선거세칙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적 성토를 한 바 있는데, 이것은 동포사회의 단합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상징적 대표”의 들러리 역할로 만족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즉, “동포사회의 실세들은 능동적 역할을 원한다.”는 뜻이다.
 
최근 동포사회에 지역감정을 초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영호남 향우회, 충청, 강원, 평안 도민회, 등이 연합회를 결성하여 주목을 끌었는데, 지역 한인회 연합회, 직능단체 협의회, 향우회 또는 도민회 연합회, 등 동포사회의 여러 단체들이 “대 뉴욕지구 한인 연합회”를 결성해서 그 대의원들이 그들의 대표자를 뽑는다면, 뉴욕 한인회가 그 상징적 대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한인사회의 실세 구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뉴욕 한인회는 한인사회의 실세들에 의한 대의기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장하는 실세들에 의한 대의기구로서 뉴욕 한인회의 구조를 간략하게 소개하며, 이에 대한 독자들의 지상토론을 기대해본다. 가칭 “대 뉴욕지구 한인 연합회”는 대 뉴욕지구에서 활약하는 모든 한인 단체들, 즉 각 지역 한인회, 각 직능단체, 각 향우회, 각 사회봉사 단체, 각 동호회, 등 모든 단체들이 위촉하는 대의원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그 이사회에 회장을 뽑고, 그들이 뽑은 회장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즉, 유명무실한 25만 동포회원을 대상으로 한 “101명 정족수” 총회체제에서 동포사회의 실세들을 대상으로 한 이사회 중심체제로 그 구조를 바꾼다. 이렇게 성립될 이사회는 각 단체가 각각 대의원들의 이사 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능력에 상응한 숫자의 대의원을 위촉하여 총 100 - 200명의 대의원들로 구성된다.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는 회장을 뽑고 회장의 활동과 사업을 승인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역대회장들은 상임이사가 된다. 상임이사들은 회장선거를 관리한다. 회장선거 때는 이사회가 동포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회장 후보자들의 자격을 검증하는 공개 토론회를 주관하고 표결하여 선출한다. 이렇게 하면, 선거비용이 입후보자들이 낸 약소한 공탁금으로 제한되어 불특정 다수표를 확보하기 위해 써야할 수 십 만 불에 달하는 각 후보자들의 선거비용이 절약되므로, 금권타락선거를 지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인회 경상비가 쉽게 마련될 수 있다. 즉, 25만 동포를 상대로 주접스러운 10불짜리 회원 회비모금운동을 하지 않고도 1000불짜리 대의원들이 내는 이사 회비로 한인회 경상비를 쉽게 충당할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가 우리끼리 대표를 뽑는데 부질없이 겪어야 하는 자기 소모적 비이성적 금권타락선거를 지양할 수 있고, 그렇게 뽑은 뉴욕 한인회 회장을 구심점으로 우리 한인사회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주류사회를 향한 우리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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