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응전 2005
2005년 1월 13일 한국일보
평통 차세대 부회장 김성준
영국이 낳은 20세기의 석학 토인비는 문명의 발생, 성장, 쇠퇴, 붕괴가 결정되어 가는 과정을 “도전과 응전”의 관계에서 파악하는 새로운 역사철학을 정립한 사람이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개인이거나 집단이거나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도전과 응전의 끊임없는 연속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의 성공과 실패도 그 개인에게 끊임없이 다가오는 도전과 그에 대한 응전의 결과이며, 국가나 민족에게 있어서도 그 국가나 민족에게 끊임없이 닥치는 도전과 그에 대한 응전의 결과가 그 민족의 흥망성쇠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상상력과 용기에 따라서 같은 조건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맺는 다양성의 장이 인류의 역사의 무대라 할 수 있다면, 때로는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도전 앞에서 상황의 변화를 기다리는 슬기와 끈기가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도전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응전이 요구되기도 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요즈음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의 진전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한반도 주위의 4개 열강(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들의 활동들을 예의주시하면서 떠오르는 화두가 “도전과 응전”이라는 말이다. 19세기의 서세동점의 결과로 우리 민족에게 덮쳐온(무지하고 무능했기 때문에) 일제강점시대도,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일제의 종말과 더불어 졸지에 찾아온 해방 아닌 해방(우리 힘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와 더불어 시작된 지난 60년간의 분단시대도 따지고 보면 우리 민족 앞에 다가온 도전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응전을 하지 못한 무능력의 대가가 아니고 무엇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과거는 지나갔고, 그 지나간 과거는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도전의 시대였다고 한다면,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여러 가지 주변정세를 볼 때, 우리 민족 앞에 놓인 도전의 상황은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응전이 필요한 한결 부드럽게 변화된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몇 년 동안 남한은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으로 평화통일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왔고, 주변 4개 열강들도 이에 동조하여 6자 회담의 틀을 수용하고 이 틀 안에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좋은 국제적 여건이 마련된 이 시기에 북한은 지난 몇 년간 보여준 벼랑 끝 전술을 버리고, 핵을 포기하는 정책적 결단으로 남한의 노력에 보답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 북한은 이미 금강산과 개성을 남한에 개방함으로써 역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남북협력시대를 열었다. 북한의 토지와 노동력과 남한의 자본과 기술의 결합은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 한반도가 동북아의 중심지로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통로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바야흐로 외세가 안겨준 고난의 역사가 막을 내리고 민족중흥의 길이 바로 우리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해외동포로서 말한다. 북한은 하루속히 6자 회담에 응하라. 모든 것이 때가 있는 법이다. 이 좋은 기회를 북한이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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