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과 기대수명 1985
1985년 새남터 3호
생명보험(Life Insurance)에서 사망률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 말은 사람의 나이, 성별, 직업, 건강 상태, 등에 따라서 죽을 확률의 높고 낮음을 따지는 말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보다 죽을 확률이 높고, 남자는 같은 나이의 여자보다 죽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확률이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되는 것이다. 반변 연금(Annuity)에서는 기대 수명이라는 말을 쓴다. 이 말은 연금을 받을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를 따지는 말이다. 죽을 확률을 따지는 것 보다는 한결 희망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비정한 숫자가 개재되어 있다. 즉, 나이가 적은 사람은 많은 사람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크므로 연금액은 줄어들게 된다. 또한 여자는 남자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크므로 같은 나이에서 더 적은 액수의 연금을 받게 된다. 그래서 남녀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소송이 걸린 일도 있다.
그러나 정녕 개개인의 삶과 죽음은 이러한 확률적 통계 숫자와는 무관한 것이다. 과연 나의 잔여 생명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또는 어떠한 모양으로 죽게 될 것인가는 오직 우주 만물을 주재하시는 하느님만이 아신다.
지난 정월 어머니회 파티에서 흥겹게 춤을 추던 바오로 이성언 형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불과 9개월 전의 일인데 이제는 만나서 이야기할 수 없는 고인이 되었으니, 낙엽 떨어지는 가을의 도래는 더울 쓸쓸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기 일주일전 그의 병실을 찾아 갔을 때 평소에 형처럼 다정하게 모이세! 하고 내 본명을 부르던 그는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좀 더 일찍 찾아가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된다.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에 오늘을 사는 우리들 중에 살아남아 있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불과 1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들이지만 마치 오래오래 살 것처럼 먼 장래를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곤 한다.
Edward D. Jamie Funeral Home! 이미 우리들에게는 친숙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간 얼마나 많은 형제자매들을 여기서 뜻하지 아니한 때에 작별을 놀람과 슬픔으로 고했던가! 나는 우리들 앞에 누워있는 형제자매들의 주검을 거듭 대하게 될 때마다 나도 언젠가 그 자리에 누워있게 될 것을 생각해 본다. 연도소리, 성가소리, 흐느끼는 소리들을 못 듣는 체,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교우들과 친지들의 모임도 본체만체 누워있을 나의 주검을 생각해 본다....
나는 아직도 죽음이 두렵다. 그렇기 때문에 그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죽음이 내 앞에 닥치게 될 때 어떻게 그것을 맞이할 것인가를 이따금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아직도 내 믿음이 엄청나게 부족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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