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겉핥기 과테말라(Guatemala) 여행기
과테말라는 북쪽으로 멕시코, 서쪽으로 태평양, 동쪽으로 커리비언을 접하고 있는 중앙 아메리카에 있는 인구 1580만명의 가난한 나라다. 16세기 스페인에 정복당하기 전까지 한때는 마야문명의 중심지로서 많은 마야문명의 유적들과 스페인풍의 오래된 시가지가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나라다. 1960부터 1996년 평화를 되찾게 될 때까지 좌파 게릴라들과 미국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 간에 내전을 겪은 나라이기도 하다. 지금은 민주국가라고는 하지만 빈곤, 범죄, 마약, 등으로 정세가 불안한 상태에 있어 관광하는데 신변안전이 염려가 되기도 하는 나라다.
이런 나라를 왜 가게 되었는가?... 한마디로 한국외국어대학 동문회 덕분이다. 중남미는 어디를 가나 한국외국어대학 스페인어과를 나온 동문 주재원 또는 붙박이 사업가들이 자리 잡고 활약하며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미주 외대동문연합 4차 총회로서 과테말라 동문회가 주최하기 때문에 뉴욕에서 20여명, 남가주에서 20여명, 기타 워싱톤DC, 아틀란타, 시애틀, 멕시코, 콜롬비아, 베네주엘라, 칠레,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지에서 온 동문 및 EMBA(글로벌 CEO 경영자 과정 수료자), 등 70여명이 모여서 7월 14일 - 7월 16일 이틀 동안 유쾌하고 유익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중남미 붙박이 동문들은 이구동성으로 처음에 파견되어 이곳에 왔을 때 2년만 있다 고국으로 돌아가려니 생각했는데 30여년이 지나버렸다고 토로했다. 행사기간 내내 여기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살아가는 동문들의 성년이 된 자녀들이 동원되어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을 환영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보기에 좋고 자랑스럽고 마음이 뿌듯하였다.
우리 뉴욕 팀은 7월 14일 금요일 아침 8시 JFK를 출발하여 마이에미를 거쳐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La Ciudad de Guatemala)로 가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탑승하고 7시간의 비행 끝에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경(뉴욕시간 오후 5시) 과테말라 공항에 도착하였다. 과테말라 동문회가 대기시킨 버스를 타고 좁은 도로와 교통체증과 매연이 심한 과테말라시를 가까스로 빠져나와 꾸불꾸불 오르내리는 산길을 달려서 오후 5시경 우리가 이틀간 묵을 곳에 도착하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이곳은 La Reunion(재회)이라고 불리는 Golf Resort 로서 과테말라 동문회가 심사숙고해서 마련한 총회 장소였다. 과테말라 동문들과 그 자녀들의 환영을 받으며 방 배정을 받고 경내운용 차량으로 각방으로 안내되었다. 호텔방들은 골프 코스를 내려다보는 작은 개인수영장이 딸린 격조 있는 호텔방들이었다. 각자 짐을 풀고 저녁 7시에 예정된 저녁식사를 위해서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끼어서 어둑어둑한 포장된 길을 걸어서 클럽하우스 식당으로 올라갔다.
과테말라 동문회가 준비한 참이슬과 맥주를 반주삼아 한식을 곁들인 뷔페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직 도착하지 못한 남가주 동문들과 일부 뉴욕동문들을 제외하고 그 자리에 모인 동문들끼리 화기애애한 통성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전에 알지도 못하던 과테말라의 휴양지에서 첫 날 밤을 맞이하였다.
다음날 아침 4시 반쯤 되었을까?... 잠에서 깨었다. 뉴욕 집에서 일어나서 일 나가는 시간이다.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5시 반쯤 걸어서 클럽하우스 식당으로 올라가는데 앞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화산이 분출하는 것이었다. 사진과 동영상을 연방 찍어대며 걸어 올라가는데 바람에 화산연기냄새가 풍겨왔다. 이 활화산은 가끔 분출한다는데 우리 일행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계속 연기를 하늘로 뿜어댔다. 장관 이었다!
아침 6시부터 여는 식당에 들어가니 어제 밤늦게 도착한 몇 뉴욕일행과 남가주 동문들이 왁자지껄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아침 7시 반부터 골프대회가 있고 저녁 7시부터 총회가 열리는데, 골프를 안치는 사람들은 2시간 거리에 있는 옛 도시(La Ciudad de Antigua= La Antigua) 관광을 나갔다. 나는 관광 팀에 가담하여 오전 9시에 버스를 타고 옛 도시에 나가서 오전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옛 도시의 주말시장(Flee Market) 및 박물관화한 호텔을 돌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주말시장은 원주민들의 토산공예품들을 주로 판매하고, 호텔들은 옛날 스페인 식민시대 고관대작들이 살던 저택을 박물관화하고 호텔로 개조한 고풍이 넘치는 관광명소들이었다. 원주민 행상들은 물건을 머리에 이거나 어께에 걸치고 돌아다니며 제 눈에 살 듯 한 사람이 걸려들면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사라고 졸라댔다. 가격은 대개 자기가 받을 액수의 3배정도를 부른 다음 내리 흥정을 하곤 하였다. 미리 도착하여 가격흥정을 해본 사람의 도움말을 참고하여 나도 골프 치느라고 따라 나오지 못한 집사람의 머플러를 내리흥정해서 3개나 샀다. 한꺼번에 산 게 아니고 처음에 하도 졸라서 한개 샀는데, 한 블럭 지난다음 또 따라와서 또 하나 사고, 한 블럭 지난다음 또 따라와서 또 하나 사게 된 것이다. 같은 원주민 여자행상이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새로운 색상의 머플러를 들이대며 사라고 권유하는데 사야만 했다. 점심식사는 옛 도시(안띠구아) 광장근처에 있는 목란(Mulan)이라는 중국음식점에서 맛있게 먹었다. 이 식당은 외대 스페인어과 83학번 동문이 경영하는 식당이었다. 이 동문의 집사람은 과테말라 여인으로 국회의원까지 지낸 여걸이었다.
오후 5시반경 우리가 묵는 호텔로 돌아와 방에 딸린 미니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6시반경 클럽하우스 행사장으로 올라가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행사장에 들어가니 각지에서 모인 동문들이 모여서 왁자지껄하였다. 총회는 7시에서 9시까지 음료도 주지 않는다고 여기저기서 불평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비가 억수로 내렸다. 과테말라 동문회장은 처음 이곳에 파견 나왔을 때 2년만 있다 귀국하려고 생각했는데 어언 30여년이 흘러버렸다고 토로하였다. 다른 지역에서 온 붙박이 동문들도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했다. 칠레에서 온 한 여자동문은 남편의 특사(특별히 사랑받는 사람)로 왔다고 하여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어려운 환경에서 정착하여 성공적 삶을 이어가고 있는 중남미의 동문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중국에서도 프랑스어과 후배가 앞으로 중국에서 세계동문회를 개최하는데 참고하려고 왔다며 북아프리카에서 활약하다가 중국으로 오게 된 인생역정을 이야기하여 관심을 끌었다. 지난 30여년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중남미에서는 스페인어과 동문들이, 북아프리카에서는 프랑스어과 동문들이 오늘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분투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중국에서 온 프랑스어과 후배의 “외대는 세계로, 세계는 외대로” 건배 삼창이 심금을 울렸다. 회의가 끝나고 어제와 비슷한 한식을 포함한 뷔페와 참이슬과 맥주를 반주삼아 식사를 하며, 여흥시간에는 뉴욕 팀이 준비해간 쌈바 및 쌀사 공연과 앵콜 차차 연출에 뒤이어 과테말라 동문회가 마련한 현지 댄서들의 쌀사 공연이 갈채를 받았다. 이렇게 둘째 날 밤을 맞이하였다.
동문회 공식행사가 끝나고 새날이 밝아오자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전 8시경 우리 뉴욕 팀은 아띠뜰란 호수(Lago de Atitlan)를 둘러보기 위해 솔롤라(Solola)지역의 빠나하첼(Panajachel)마을로 출발하였다. 남가주 동문들은 칠레로 관광을 떠난다는 소리가 들렸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가는 길이 붐비지 않고 한산하였다. 도로변의 시골풍경은 평화로웠다. 우리가 이틀 동안 묵었던 호텔(La Reunion)에서 아띠뜰란 호수까지 3시간정도 걸려서 이 호수 가에서 하룻밤을 묵을 호텔(Hotel Posada de Don Rodrigo)에 짐을 풀어놓고 호숫가 선착장으로 나갔다. 날씨가 쾌청하여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선 산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이 호수 가에 여러 개의 사화산이 있다고 한다. 오늘 우리 계획은 이 호수 가에 있는 3개의 마을(San Juan, San Marcos, Santiago)을 방문하여 관광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산후안(San Juan)이라는 마을에서 토산 직물가게(Artesanias - Cultura Ancestral)를 견학한 후 점심식사(Ixiim Jaay Restaurante)를 하느라고 너무 시간을 소비한데다 우리가 탄 배가 고장이 나서 다른 배가 우리를 구출하러 올 때까지 호수 연안에 좌초하여 배안에서 1시간이상을 초조하게 기다려야했다. 다른 두 마을을 구경하기는 고사하고 마침내 우리를 구출한 배를 타고 우리가 묵을 숙소로 돌아오는데 하늘이 먹구름으로 컴컴해지더니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간신히 선착장에 도착하여 가게 처마 밑에서 비가 멎기를 기다리는데 좀 체로 멎을 비가 아이었다. 우리들은 비를 맞으며 그곳에서 택시로 운용되는 방둥게 같은 3발차를 닥치는 대로 불러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 돌아와서 배정된 방에 짐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고 비는 멎었지만 어둑어둑해진 빠나하첼의 밤거리를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중심가로 떼 지어 나아갔다. 과테말라 동문회가 추천한 식당(Guajimbo Restaurante)이 마침 저녁식사 때라 만원이어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 호숫가 동네 중심가에 현지 과테말라 여인과 결혼한 한국인이 경영하는 까페 로꼬(Cafe Loco)라는 커피샵에 몰려가서 한국인 종업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커피 한잔씩 마셨다. 이 커피샵 주인도 그랬지만, 이 종업원들도 배낭여행 왔다가 또는 어학연수 왔다가 주저앉은 사람들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밤거리를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우리가 묵을 호텔로 돌아왔다. 이렇게 과테말라에서 셋째 밤을 맞이하였다.
다음날 월요일 아침이 밝아오자 6시에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호숫가 산책을 하였다. 우기인지라 날씨는 선선하고 좋은데 가끔 느닷없이 소낙비가 쏟아지는데 오늘 아침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날씨였다. 호수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들의 모습이 잔잔한 호수와 하늘과 어우러져 아름답게 나타나보였다. 어제 예기치 않은 일련의 사건으로 방문할 수 없었던 두 마을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오전 8시 반 과테말라에서 마지막 날과 밤을 지내기 위해 옛 도시 안띠구아로 떠나야 했다. 안띠구아에 우리가 오늘밤 묵을 호텔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었다. 이 호텔은 옛날 식민시대 고관대작이 살던 저택을 호텔로 꾸민 호텔이었다. 겉보기에 운치가 있는 듯 보이나 호텔시설은 현대식 호텔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여하간 고색창연한 호텔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과테말라풍의 민속춤공연이 펼쳐져 뜻밖의 격조 높은 분위기를 잠시 맛볼 수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커피농장에서 온 트럭을 타고 커피농장 방문을 갔다. 옛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커피농장(Finca Filadelfia)에서 모종에서 수확까지 전 과정을 돌아보며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견학을 시키고 마지막에는 커피농장의 식당에서 커피시음을 시키고 커피 상점에서 가공된 커피를 팔았다. 커피농장 견학은 미국에서 와이너리(Winery) 견학이나 한국 제주도에서 상황버섯재배공장 견학과 비슷한 과정이었다. 오늘 과테말라에서 마지막 밤을 묵을 호텔에 돌아오니 오후 5시경이었다. 잠시 지친 심신을 가다듬고 다시 모여서 저녁 7시경 옛 도시의 관광객으로 붐비는 밤 시가지를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지난 토요일 골프대신 시내관광을 한 사람들은 이미 와서 점심을 먹었던 그 중국음식점(Mulan Restaurante)으로 찾아갔다. 미리 예약이 되어있어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음식이라 그런지 배가 고파서 그런지 모두들 유쾌하고 맛있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호텔에 돌아와서 가장 운치 있는 멋있는 방을 차지한 부부가 우리 뉴욕 팀을 모두 자기 방에 초대해서 맥주와 다과를 제공하였다. 피곤해서 눈이 까물까물한데도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이렇게 우리들은 넷째 밤 - 과테말라에서 마지막 밤(Ultima Noche)을 맞이하였다.
7월 18일 화요일 아침,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데 도착한 날 타고 온 버스가 우리를 공항에 데려다주려고 호텔 앞에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침 9시경 옛 도시 안띠구아를 출발하였는데 교통체증과 매연으로 가득 찬 과테말라 시가지를 통과하여 공항에 도착하니 정오가 되었다. 3시간 걸린 셈이다. 공항입구에 과테말라 동문회장과 총무가 마지막 인사를 하러 나와 있었다. 출국수속을 거쳐 탑승한 12시 50분 미국행 비행기는 미국시간 5시 50분에 마이아미 공항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우리는 여기서 미국입국수속을 밟아야 했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줄서기를 하다가 간신히 빠져나와서 7시 50분 뉴욕행 비행기를 탑승하러 가는데 입국수속이 지연되어 아직 못나온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뉴욕행 비행기는 1시간이상 출발이 지연되어 JFK 10 시 57분 도착시간이 자정이 지나서 도착하였다. 이로써 4박5일간의 과테말라 여행은 끝이 났다. 과테말라는 커리비언의 섬나라들 같은 휴양지가 아니다. 한국외국어대학 동문회가 있어서 알게 되고 찾아가게 된 나라다. 언제 다시 가게 될지 모르는 나라다. 4박5일간 우리가 주마간산하며 본 과테말라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 우리를 초대해준 과테말라 외대동문회에 감사와 찬사를 드리며 중남미에 거주하는 동문들의 계속적인 건승을 비는 바이다.
누워있는 마야인의 얼굴모습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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