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좋아 등산 클럽 알공퀸 산(Mount Algonquin) 등반기 2016.10.08 토
우리 산이좋아(http://cafe.daum.net/sanijoaUSA) 등산 하이킹 모임은 지난 4월경 3박 4일간(10월 7일 금 - 10월 10일 월) 우리 모임의 10주년 기념 캠핑을 계획하고 두 차례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던 뉴욕주 Adirondacks 의 Lake Placid 에 Vacation Rental House(http://www.huttlingerhouse.com)를 예약해두었다. 캠핑기간에 등반은 여름 내내 단련한 건각으로 평소 다니던 동네 산보다 높고 긴 산길에 도전하며 대원들의 걷기능력(Stamina)을 시험하는 기회이다. 2년 전(2014) 우리는 같은 집에 머물며 이 동네에서 가장 높은 산 Mount Marcy(5,344ft)를 9시간에 걸쳐 완주한 바 있다. 이번에는 두어 달 전에 미리 다녀온 이석구 대원의 권유로 맞은편에 우뚝 솟은 알공퀸 산(5,114ft)을 등반하게 되었다.
Lake Placid의 우리 숙소(Huttlinger House)는 플러싱의 우리 집에서 약 300마일로 운전시간은 5시간가량 걸린다. 10년 전 산이좋아 모임의 산파였던 이문원 대원이 지금은 서울에 사는데 마치 10주년을 기념하러 온 것처럼 뉴져지에 머무는 동안 부인 아녜스와 함께 우리 캠핑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Palisades Parkway Exits 4 - 5 사이에 있는 주차장에서 10월 7일 금요일 아침 9시에 집합해서 함께 출발하였다. 오후 2시 반경 우리가 묵을 곳에 도착하니 미리 도착한 대원들이 짐을 풀고 있었다. 김충진 대원이 시원한 맥주가 가득한 큰 아이스 박스를 갖다놓고, 이비룡 대원이 2 리터짜리 큰 이태리 레드와인을 열어놓고, 노재군 대원이 가져온 소주로 소맥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며 바비큐 파티가 시작되었다. 배가 고픈 데다 내일 토요일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하기 위해 일찍 자야하므로 일찌감찌 먹어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모두들 자연스럽게 파티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마치 서로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인 것 같은 분위기였다. 김충진 대원이 잘 때 코고는 사람이 있을까봐 앞마당에 개인용 텐트를 쳐서 낭만을 과시했다. 차 소리에 거기서 자지도 못했지만.
10월 8일 토요일 날씨가 나쁘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예정대로 산행을 하느냐 마느냐 토론이 벌어졌다. 내일 올라갈 알콩퀸 산은 바위가 많고 마지막 정상에 오르는 길이 매우 가파르므로 비가 오는 경우에 매우 미끄럽고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오르다가 내려오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예정대로 산행하기로 결정하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자는 둥 마는 둥 눈감고 누워있는데 새벽 4시쯤부터 화장실에 들랑날랑하는 발소리와 문손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나도 일어나서 우선 부엌에 내려가 커피를 마시고, 2층에 있는 우리 방에 돌아와 등반준비를 서둘렀다. 새벽 5시 반경 대장 다니엘 공의 안내로 5대의 차에 분승하여 산 밑 파킹장(Adirondack Loj Parking Lot)으로 이동하였다. 아직도 어두운 주차장에 들어가니 벌써 주차된 차량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늦게 가면 주차장이 모자라기 때문에 일찍 간 것이다. 주차료는 차량 당 $10로서 수위실처럼 세워진 무인 초소에서 주차티켓이 든 봉투 겉에 차량등록을 써넣고 $10을 넣은 봉투를 초소 함에 넣고 주차티켓은 운전석 앞 대쉬 보드에 올려놓게 되어있었다. 수위가 없다고 이렇게 안하면 더 큰 벌금을 물게 되어있다.
새벽 5시 45분경 아직도 어두운데 이마에 등을 켠 이석구 대원이 맨 앞장을 서고, 사진기를 맨 다니엘 공대장이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고, 이비룡 대원이 이마에 등을 키고 맨 뒤에서 가운데 양떼를 몰듯이 우리를 이끌고 산길 행진을 시작하였다. 군사작전이라도 하듯 긴장감이 감도는데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지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댔다. 주차장에서 2.1마일 떨어진 Marcy Dam 에 도착했을 때 날은 훤하게 밝아왔다. 댐에 물이 없는 걸로 보아서 올여름 가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이 드러난 댐을 병풍처럼 둘러선 산들은 하늘을 찌르듯 뾰족뾰족한 침엽수와 어우러진 낙엽수들이 울긋불긋한 가을 빛깔로 물들어 과연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은 우중충하게 햇볕을 가리고 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있어 오후 4시경 우리가 등반이 끝날 때까지 이대로라면 괜찮겠다고 들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서 1마일쯤 걸으면 우리가 오늘 오르려는 알공퀸 산 밑에 있는 Avalanche Lake(2,802ft)가 있는데, 큰 바위덩어리가 양쪽으로 갈라진 듯 서있는 절벽 사이에 놓여있는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한쪽 절벽 밑을 따라 산길이 나있었는데, 약간 험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 나무 사다리와 나무 난간이 설치되어있어서 좌측으로 호수를 내려다보며 바위와 바위 사이를 걸을 수 있었다. 아침 9시쯤 호수 산길이 끝나는 지점부터 알공퀸 정상에 오르는 가파른 산길(ascent2,312ft, mile 2)이 시작되었다. 아가다, 아녜스, 캐롤린, 등 여자대원들이 돌아갈까 말까 망설이던 지점으로, 여기서 우리가 출발한 주차장(Adirondack Lodge)까지 5.7마일로 다시 돌아가기도 쉽지 않은 거리였다. 여기까지 와서 정상에 오르지 않고 돌아간다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았던 것 같다. 모두들 말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평지에서 2마일은 30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다. 산길에서는 가파름에 따라 다르긴 하나 대개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이 오르막길은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4시간 반가량 걸려서 간신히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고비 고비마다 뒤를 돌아보며 맞은편에 우뚝우뚝 둘러선 산세를 바라볼 때 불타는 듯 울긋불긋한 가을 색깔에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생 끝에 정상에 도착하여 회색빛 구름하늘아래 둘러서있는 만산홍엽으로 덮인 산들을 사방으로 방향을 바꾸며 바라볼 때 감개무량하였다. 정상에 오른 기분이 어떠한지 정상에 서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으리라. 젊은 남녀 서양인들은 반바지에 반팔 셔스를 걸치고 씩씩하게 걸어 다니는데 우리는 보온이 되는 플리스 자켓(fleece jacket)과 바람막이 겉옷(windbreaker)을 배낭에서 꺼내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서있으면 날아갈 듯 거세게 부는 바람이 매우 차가웠기 때문이다. 정상 바위에 동으로 박아놓은 정상 표지에 입을 맞추고, 단체사진을 찍고, 오후 2시반경 바람이 차단되는 바위 밑에 모여 싸온 주먹밥을 우작우작 씹어 먹고 하산하려고 일어서는데, 일기예보는 오후 4시 이후에 비가 내릴 수 있다고 해서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었는데, 몰아치는 운무에서 빗방울들이 떨어져서 겉옷을 적시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미끄럽고 아차하면 큰일 날 듯 언제 끝날지 모를 산길의 연속이었다. 이제 후회한들 소용이 없었다. 여하간 다치지 않고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것만이 살 길이었다. 한발 한발 넘어지지 않으려고 용쓰는데 무릎과 발가락이 아프기 시작했다. 5시간 이상 걸으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젊은 시절 대한민국 군대에서 받은 호된 훈련을 생각하며, 지난 10년 동안 등산에서 겪은 여러 가지 역경을 생각하며, 언젠가 끝이 오겠지 생각하며 터벅터벅 노심초사하며 그 길고 미끄럽고 가파른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이 모임의 산파였고 등산에 일가견이 있는 이문원 대원은 내려갈 때 걷는 법과 스틱 사용법을 설명하며 여자대원들을 몰고 앞에 내려가더니 이윽고 뒷모습이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내가 맨 꽁지로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오후 4시 반쯤 되었다. 총 보행거리 약 13마일 산길을 약 11시간 걸려 완주한 셈이다.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5시 반경 되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종주한 것이 다행 중 다행이었다.
숙소에 돌아오자 작은 신발 때문에 발등이 아파서 숙소에 남아있었던 송유경 대원이 마련한 독일제 소세지 찌개가 시장에 반찬처럼 맛이 있었다. 송하중 대원이 가져온 위스키 한 병이 샤워하고 오는 사이에 바닥이 나있었다. 밤 10시 반경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잘 수 있었다. 보통 때 집에서 새벽 2-3시경에 깨면 자는 둥 마는 둥 불면증에 시달리는데 이렇게 푹신하게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가리키는 바가 있는 것 같다. 불면증은 운동부족 때문이다.
10월 9일 일요일은 자동차로도 오를 수 있는 White Face Trail을 오르기로 했는데 10월 8일 토요일 산행이 워낙 힘들었기 때문에 아무도 등산을 원하는 대원이 없었다. 그래서 동네의 아름다운 평지 산책코스를 가볍게 돌기로 하였다. 숙소 바로 옆에 있는 St Agnes 성당에서 아침 8시 미사에 참례하고 돌아와서 커피를 마시고, 아침 10시경 숙소를 떠나 이비룡 대원의 안내로 우리 모두 두어 시간 평탄한 그러나 그림 같은 숲속의 산책길을 걸었다. 쭉쭉 하늘로 늘씬하게 뻗은 키 큰 소나무가 산길 좌우에 열병식 하듯 늘어서 있었다. 이비룡 대원은 이 곳에 경치 좋은 곳, 맛있는 식당, 골프장, 등 요소요소를 꿰고 있었다. 이비룡 대원의 안내로 오후 12시 반경 근처 Tail-O'-Pub 이라는 노천 식당에서 모두 함께 점심을 먹고 손근식, 원재훈, 이대호, 등 대원은 거기서 함께 귀가 길에 올랐다. 대장 다니엘 공은 숙소에 돌아와서 오후 3시 반경 타고 온 Harley Davidson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 길에 올랐다. 참가자 16명 가운데 4명이 귀가하고 12명(12 제자)이 남아서 날씨가 매우 썰렁했기 때문에 거실의 커다란 벽난로에 장작불을 때며 빙 둘러 앉아서 돼지불고기 쇠불고기 등을 안주삼아 포도주 맥주 소주 등을 마시며 담소하며 저녁시간까지 웃음과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우리 숙소와 접해있는 집(Family Dental)마당에서 Garage Sale을 하고 있었다. 김성수 대원이 찾아가서 그 집주인 치과의사(David)와 그 여자친구(Harley)가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Garage Sale을 한다는 것을 알아왔다. 날씨가 을씨년스럽게 추워서 이비룡 대원이 사온 맛있는 와인을 와인 잔에 따라가서 한잔씩 주자 금방 친구가 되었다. 그들을 우리 저녁에 초대하였다. 저녁 8시쯤 마당에 진열한 물건들을 다 치우고 그 두 서양 사람이 우리 숙소에 찾아왔다. 우리가 먹던 쇠갈비와 마시던 와인을 함께 나눠 먹으며 우리 한국식 음식과 젓가락 사용법,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가, 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Harley는 독일계 미국여자인데 애들 이야기를 하는데 남편 이야기를 안 하는 것으로 볼 때 돌씽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 동네 작은 식당을 경영하며 겨울에는 스키강사를 한다고 한다. David는 Pennsylvania주에서 태어나서 치과대학을 졸업한(1983년)이후 미 해군장교로 근무한 후, 18년 전(1998년)에 지금 우리 숙소 옆집을 사서 치과를 경영하며 오늘 까지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친구 역시 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아내 이야기를 안 하는 것으로 볼 때 돌씽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둘 다 키가 크고 잘생긴 전형적인 서양 사람들이었다. David는 동네 축제가운데 가장 큰 Iron Man Contest 에 나가는 선수로서 호리호리하고 튼튼하게 보였다. 앞으로 우리가 당신 마당에 주차해도 되느냐고 물으니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에는 괜찮다고 허락을 받았다. 우리 한국 음식과 정서를 소개하며 좋은 친구를 사귄 셈이다. 저녁 10시쯤 그 두 사람을 보내고 우리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은 술병을 비우고 밤 11시경 잠자리에 들었다.
10월 10일 월요일 아침 8시 반 카레라이스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숙소를 깨끗이 정리하고 10시 반경 숙소를 떠나 각자 귀가 길에 올랐다.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 오후 3시 반경이었다. 이로써 추억에 길이 남을 산이좋아 창립 10주년 기념 캠핑이 끝이 났다. http://cafe.daum.net/sanijoausa 에서 우리 산이좋아 등산 모임의 활동 사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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